영국의 지리학자이자 여행작가로 구한말 세계 각처를 탐사한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은 한국을 이렇게 적었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한국인들이 이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을 가망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러시아의 자치구 프리모르스키에 이주한 조선 사람들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솔직히 고백한다.
“같은 한국인인데도 정부의 간섭을 떠나 자치적으로 마을을 운영해 가는 그곳 이주민들은 달랐다. 깨끗하고 활기차고 한결같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국의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그 특유의 풀죽은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심과 게으름과 쓸데없는 자부심, 그리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노예근성은 어느새 주체성과 독립심으로 바뀌어 있었고, 아주 당당하고 터프한 남자로 변해 있었다.”
평상시보다 위기에 강한 민족, 남이 멍석을 펴주는 것보다 제 스스로 일을 할 때 신명이 나는 한국인의 기질을 일찍이 그녀는 한국의 난민을 통해 간파한 것이다. 어느 민족보다도 부지런하고 우수한 성품을 지닌 사람들로 변해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비숍 여사는 이렇게 희망의 말로 결론을 맺는다. “고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도 정직한 정부 밑에서 그들의 생계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면 참된 시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